여름 바다..
바야흐로 여름은 젊음의 계절 ..짙푸른 바다는 두려움이자 동경의 대상..하지만..

여름…
언제나 바다는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잔잔한 파도로 고른 숨을 내쉴 때도
때로는 집채만한 파도로 거친 호흡으로 으르렁 거릴 때에도… 그냥 보는 것 만으로
바다는 제 역할을 다했다
성산포 바다 앞에 선 시인은 술을 마시고 취하긴 바다가 취한다고 했었는데…
술에 취한 시인을 따라 같이 바다는 취해 주고… 아마도 같이 밤을 세워 이야기가 많았으리라..
나는 바다 앞에서 취해 본 적은 없다.. 술 한 잔 들어가기도 전에 털어 놓는 가슴속 이야기에
바다는.. 때로는 어루고 타이르듯.. 때로는 호통치듯.. 그렇게 요란할 뿐… 나와 같이 취했던
적은 없다..
올 해는 작열하던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몸을 묻는 순간.. 붉고 예쁜 노을을 보며..
그 말 많았던 바다와 술 한 잔을 나누고 싶다. 그냥 조용히 너 한잔.. 나 한잔 하자고…
모 시인은 먹기는 내가 먹어도 취하긴 바다가 취한다 했었지만… 그건 시인의 바다..
나의 바다는 술 한잔 탁 털어놓고.. 내가 취할 때까지 그저 나즈막히 속삭여주는 그런 바다였으면
좋겠다.. 나의 바다는 언제나 그랬듯 그저 마주보는 것 만으로도 좋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