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주머니
“궁금해? 궁금하면 5백원” .. 광고 문구가 그랬다.. 나는 궁금해서 5백원을 주고 구O콘을 사먹어 봤다
맛은 있었지만 초콜렛 범벅된 너무 달은 맛이었고..
그 뒤로.. 이미 먹어 본 그 맛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호기심…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반대급부는 호기심의 크기에 비례하여 적당해야지 값을 치르고 궁금함으로 이어진 그 끝을 해소하려 들지 호기심에 비해 너무 큰 댓가를 요구하면 호기심을 풀어내려 하기 보다 그냥 묵살해 버리게 된다
“하늘을 나는 고래.. 알아?”
9살 무렵.. 새로 전학 온 아이가 자기네 동네에선 한 달에 한 번 하늘을 나는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첫 번째 약속일.. 어떤 사정이 생겼다며 약속을 미루고.. 두 번째 약속일.. 또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 거짓말 이었다.. 거짓말 임을 알고도 혹시나 혹했던 나는… 걔가 하는 말 “그걸 믿었냐?” 소리가 더
기분이 나빴었다. 하늘을 나는 고래가 거짓말 이라는 것 보다.. 믿었느냐고 큭큭 웃는 녀석이 기분 나빠
주먹질을 했었다.. 그 후로 녀석의 그 어떤 화해의 제스춰에도 ..절대 응해주지 않았었다.. 마치 녀석이
내 하늘을 나는 고래를 잡이 죽이기라도 한 것 처럼… .. 그리고 다시 어려워진 집안 형편으로 녀석이
또 다시 전학 가던 날.. 녀석은 마지막으로 내게 한번 더 사과를 했고 .. 그제서야 내 맘 속에서 하늘을 나는
고래가 다시 되살아 났었다..
“하늘을 나는 고래.. 혹시 본 적 있어?” … 늘 마음에 품고 있는 내… 진지한 호기심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나이를 먹어도 호기심은 생긴다. 다만, 그 값을 치름에 더욱 짠돌이가 되었을 뿐…
살아오면서 끝내 풀어내지 못한.. 호기심 또는 궁금함이 있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지금은 그 어떤 댓가를 치르고도 알아 낼 수 없는 전설처럼 남은 이야기들…
어린시절 들고 다니던 구슬치기를 하기 위한 구슬이 잔뜩 들은 구슬주머니 처럼 마음에 남아… 그 마음의 구슬주머니 안에서 가장 큰 궁금증을 품게하던 호기심의 구슬은… 무엇이었을까…
내게 남은 것 중 가장 큰 마음의 구슬은.. 알 수 없어서 내 마음대로 단정짓고 빼내버린.. 구슬이었던 것 같다.. 가끔은.. 지금도.. 구슬주머니를 나와 마음 안팎으로 구르며 부딪치는 그 구슬에 간혹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풀지못한 궁금함은.. 그렇게 마음을 건드리는.. 그래서 마음이 다치는 크나 큰 댓가 만을 치르게 하다가
어느날 문득.. 내 안에서 조각나 버린 유리조각으로 흩어지고는 한다..
그 조각들이 뾰족하게 마음을 뚫고 나오는 데에도… 시간은 필요하고.. 여전히 댓가는 치르지만… 그래야 아물고 무뎌짐을 알기에 .. 폭풍우에 기울어진 갑판 위를 구르는 상자들처럼 내 안에서 나는 거친 파도로 흔들며.. 조각 조각 부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이무기가 갖지 못한 용의 여의주 만큼 큰 구슬 하나… 깨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