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do I begin
고등학교 때.. 평소 어울려 다니던 무리 중 친구 집에 놀러 갔다.. 녀석은 신림9동.. 나는 신림 본동.. 거리상으로는 버스정류장으로 대여섯 정거장 쯤 떨어진 거리.. 신림동 고시촌 다세대 주택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거리 중 중간쯤에 녀석의 집이 있었고.. 거기에서 녀석이 “심심하지?” 하면서 틀어줬던 오디오에서 흘러 나왔던 노래가 앤디 윌리암스의 노래였다.. “뭐야..” 녀석이 투덜거리면서 카셋트 데크에서 끄집어 빼낸 카셋트 테잎….
“야~ 잠깐만… 목소리가 겁나 좋은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녀석의 어머니께서 무지하게 좋아하시는 가수란다.. 평소에도 자주 들으신다고.. “야 줘봐~” 그 테잎을 들고 부엌에서 일하고 계시는 어머니께 쫓아 갔다.. “어머니~~.. 이거.. 이 테잎 저 좀 빌려주세요~ 며칠만 듣고 갖다 드릴께요~~” “응? 그래? 뭔데?” 하고 손에들고 있던 테이프를 받아 들고 보시더니.. “아… 이거?.. 그래 그래라~ 근데 그냥 먹으면 안돼~ 알았지?”.. “에이~ 그럼요 도O이 한테 꼭.. 돌려 보낼께요~~”
그렇게 해서 며칠간 내 워크맨에서 재생이 되며.. 난.. 앤드윌리암스의 노래를 그렇게 반복해서 들었다..
그땐 그의 노래들이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었다.. 웅장하면서도 멋진 음악.. 거기에 얹혀진 멋진 앤디의 목소리…
“얌마~ 너 우리 엄마가 그거 갖고 오래~” “알았다~ 자 여기~” 며칠 간 잘 듣고 친구 어머니께 빌렸던 카셋트 테잎을 돌려드리고… 그 후 언젠가 앤디 윌리엄스의 LP판을 구입해 그의 멋진 목소리로 주옥같은 OST 노래들을 난.. 한참 동안을 듣고 또 듣고.. 그랬었다.. 전형적으로 미국적인 목소리의 주인공.. 노래에선 앤디 윌리암스.. 영화에선 존웨인… 그렇게 너무나 미국적인 두 스타를 보고 들으며.. 어쩌면 나는 미국에의 동경을 키웠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지금도 가끔 앤디 윌리암스의 멋진 목소리를 들을 때면.. 한번도 가보지도 못한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리고 친구의 어머님이 생각이 난다… 음.. 지금 쯤이면 이순이 넘은 연세이실텐데…
그 때는 친구도 나도 어렸고… 항상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계셨던 친구 어머님은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나이가 어린.. 연령대에 계셨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 친구의 아버님 연세도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어리셨었네…. 헐… 뭔가 머리속에서 혼동이 되는 느낌이다.. 그 때 우리네 아버지 , 어머니 들은 분명 엄청 어른이셨었거든… 근데.. 지금도 철딱서니 없는 내 나이 보다 더 어린.. 그런 어른들 이셨었다니… 헐….
뭔가…가… 삐끗 어긋나 돌아가야 할 시계의 톱니바퀴가.. 삐쭉.. 튀어나와 멈춰선 듯한 느낌…이 든다…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