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고3 시절 이었을거다.. 그 무렵 여름…
남들이 다 휴가네 뭐네… 한창 들뜨는 계절… 보통은 고3이라 하면 대입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이기 때문에 보통은.. 아니 백이면 백.. 그 무렵에는 휴가를 안간다.. 계획조차 잡지를 않는게 대다수 여염집의 룰…
그러나 그 시기.. 나랑 친했던 한 무리는 불행하게도(?) 그러지 않았다.. 4명 4가족… 즉, 4명의 친구 그리고 그 각 4명의 가족들 모두.. 이렇게 한 20여명 가까운 인원이 한여름에 다같이 강원도 어느 바닷가로 휴가를 떠났다…
따로이 정해진 일정이 있었지만 마음이 급한 우리 친구들 4명이 먼저 선발대로 바닷가에 도착해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모든 가족들이 도착하는 것으로 하고.. 우리는 먼저 바닷가로 향했다..
기차에서 내려.. 파랗고 탁트인 바닷가와.. 누런 빛깔 모래사장을 봤을 때의 그 시원한 청량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고3이고 나발이고..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일부 친구 어머님들이 “그래도 고3인데….” 하면서 걱정과 우려 가득한 표정을 지을 때…
그깟 며칠 논다고 대학 못 갈 놈 같으면 그 며칠 안놀고 공부한다고 붙지도 않아~ 라며 우리의 여름휴가를 강력 지지 해 주셨던 친구 아버님들이.. 그렇게나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아무튼 먼저 도착한 우리들은 최대한 바다가 가까운 위치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에.. 모래 위에서 뛰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자.. 맥주도 마시고.. 그 때 나는 담배를 안피웠지만 담배를 피우는 놈들은 아버지들 오시기 전에 실컷 피워야 한다고..열심히 담배를 빨고….
기타 잘치는 친구 놈 반주에 맞춰 노래도 하고…
비록 시기적으로 여름이었어도 밤이 되자 차가운 바닷바람에 활짝 열었던 텐트 입구를 그대로 열어놓은 채 잠잘 수가 없었다.. 굳게 닫고.. 모두들 꿈나라로…
새벽녘이었을 꺼다.. 아마도 새벽 3시전후로 기억되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세찬 비가… 거의 폭우급이었는데.. 그 빗소리에 깼던건 아니고.. 자다보니.. 이상하게 바닥이 축축해서.. 그래서 깨어보니..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널부러져 자고 있는 친구들이 여기저기 굴러가 있고… 텐트를 열어 밖을 보니.. 그 바닷가에 그 많았던 텐트들이 모두 철수하고.. 우리 텐트 하나만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니.. 아무리 모래사장이어도 군데 군데 물웅덩이가 생기고.. 하나둘 깨어난 친구들이 사태를 깨닫고.. 저마다 한소리씩 했다
“야~ 누가 나가서 텐트 주변에 물고랑 좀 파봐라~”…
사실..내가 깨자마자 시도했던건데.. 포기했던거다.. 세찬비가 워낙에 차가워 겁나 춥더라구…
한두놈.. 어떻게 해볼까 싶어 텐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이내 깜짝 놀라 다시 텐트를 닫고 나가서 어떻게 해 볼 생각을 안한다… 어느덧 텐트안에도 물이 들어차서 발목까지 물에 잠겼다.. 그 지경인 상태에서 우리는 쪼그려 앉아서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어떻게든 잠을 자볼라고…. 그렇게 앉은 채로 잠을 청했다..
그러기를 얼마였더라?.. 문득 밖에서 그 동네 주민이지..싶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큰일 날 수 있어요 빨리 텐트 들고 철수해요 저 뒤로~~”
그 때서야 부시럭 부시럭 거리며 일어난 우리는 동서남북에서 각자 한귀퉁이씩 텐트를 통째로 들고 지대가 높은 곳으로 옮겼다..
오늘은 문득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