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서점
학창시절.. 버스정류장 인근에 있는 자그마한 서점을 줄곧 이용하고는 했었다..

10평이 채 되지 않을 공간….
작은 서점엔 대기업을 다니다가 조금 일찍 퇴직을 하셨다는 선한 눈매의 점잖은 인상의
사장님이 늘 반겨 주셨고… 나는 주로 참고서를 구입했었다..
대학을 가고.. 사회인이 되고.. 10여 년 쯤 지난 어느날 우연히 지나는 그 길에 그 서점이 여전히
그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층 더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연로한 모습의 .. 그 때 그 사장님이
계셨고.. 주로 중학교 시절 참고서를 사기 위해 들락거렸었노라고 말씀을 드리니..
알고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정말 오랫만이네.. 웃으면 눈이 작아지는 인자한 웃음으로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
어쩌다 한번씩 책을 구입할 때.. 들른게 전부인 인연이었던지라..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수많은
손님들 중의 하나였던지라 ..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책 한권을 사들고 서점을 나섰다..
오늘 길.. 길을 걷다 문득 돌아보니.. 어느새 가게 앞에 나와 선 사장님이 보였다… 여전히
미소 띈 얼굴로…
그 후 .. 몇 년이 더 흐른 언젠가… 서점이 있던 자리에는.. 다른 업종의 소매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고.. 많은 모습들을 달라지게도 한다…
지금.. 이라는 시간은.. 결코 복원될 수 없는… 세월의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