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들어 두 번째… 얇은 점퍼를 꺼내 입었다..
주머니 마다 하나씩 .. 거창한 도구를 챙기듯.. 지갑을 넣고.. 핸드폰을 넣고.. 손수건.. 차키…
묵직해진 주머니가 한결 내려앉은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곤.. 집을 나섰다..
스산한 가을 바람으로부터의 보호막처럼 한 겹 걸쳐입은 상의가.. 서늘한 기운을 막아내고…
어제 내린 비로.. 오늘은 하늘이 파랗다…
생각해 보니. 오늘은 특별히 할 것이 없는데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사무실로 향하는 시간
곰곰히 갸우뚱.. ‘오늘은 멀 할까?…’
하루를 살고.. 그렇게 살아 낸 하루를 보내고.. 예전에 없던.. 이 것이 세월을 보내는 느낌..인가보다..
하는 감정..
그 야릇한 감정을 요새는 잠들기 전 밤이면.. 새록 새록 떠올려보게 되고는 한다..
마치 세월에 밀려가는 조바심과도 같다…
젊은 날엔 몰랐던.. 지금은 눈에 보이는 내 남은 날의 잔여량이 한 방울, 두 방울 녹아내리는
얼마남지 않은 촛대의 촛농처럼.. 각성하게 되는 밤이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대전블루스 구성진 노랫 가사 처럼.. 쓸쓸히 읊조려 보게도 되고…
늙어 보니.. 알겠더라.. 덧없음이 무엇인지.. 허무함이 무엇인지…
이럴껄 뭐한다고 안달복달은 했는지… 몰라서 그랬지 머.. 몰라서…
사는게 이렇게 잠깐이고.. 이렇게 순간이고 말 꺼라는걸.. 그 때는 몰랐어서…
그 때는 정말 몰랐었다.. 젊은 날.. 직장 초창기 시절.. 지금의 내 나이쯤에나 입을 법 한
올드한 가디건을 걸치고 출근한 날이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모 여사님이 날보고
그랬다.. “젊은게 좋다.. 그런 옷을 입어도 또 멋스러워 보이네.. 젊어서 또 어울리네~~” ..라고..
지금와 생각하면.. 그런 옷.. 지금은 정말이지 입을 수가 없다.. 더 늙어 보이거덩….
무엇을 입어도.. 무엇을 먹어도… 그 자체로 좋은 젊음이.. 내게도 있었구나.. 이제사 깨닫는다..
좋을 때에는 좋은 줄을 몰랐던.. 한없이 아까웠던 젊음이.. 내게도 한때는 있었구나…
마치 저 깊은 바다 속으로 놓쳐 버리고 만 그 무엇인가를.. 영영 잃은 듯한 허전함이..
지금의 내게는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