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우리는..

가을단상 #2

가만히 돌이켜보면.. 젊은 날엔 활력도 넘치고.. 많은 가능성과 열린 길로 그저 들뜨기 쉬운 시절이었다 한다면
지금은.. 아궁이에 불을 땠을 때 펄펄 끓던 가마솥 안 물이.. 모든 불씨를 빼 내고 난 이후.. 고요하나 뜨겁게 열기는
간직한 채 잔잔하듯.. 그렇게 잠잠해진 시절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손을 데일 정도로 뜨겁지만.. 분명한건 천천히 열기를 내어주고 식어간다는 사실..
숱한 가능성도 다 사라지고.. 거의 모든 길은 닫혀있고… 지금에 안주하는 차분함.. 그렇게 느껴진다.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왔든.. 그러지는 못하고 그저 미지근하게 살아왔든… 황혼녘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은 우리를
상상해 본다면..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하랴.. 싶다..
인생이란.. 화려하지는 않아도 그 자체로 꿈결에 지난.. 몽롱하게 예쁜 꽃길이지 않았나.. 싶다…
나의 수고 만이 대단한 것도 아니요.. 타인의 수고 만이 대단한 것도 아닌… 어쩌면 지천으로 쌓인 수많은 도토리
더미 속 그저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이 든다..
평생을 살아도 풀지 못한 인생의 비밀과 맺지 못한 인연의 길.. 그저 삶이란.. 운명이란.. 행복이란… 늘 관념적으로
닥달하던 단어들…
이제와 보니.. 왜 굳이 사람의 한 평생을 운명과 행복과 기쁨과 슬픔과 외로움.. 즐거움과 고독으로 구분지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다 흘러가고 나면 그 뿐인 것들인데…
죽을 때가 되어서도.. 탐욕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마치 오늘의 욕심을 내세의 번영으로 이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지독한 사람들을 가끔… 본다..
그럴 때면… 나는 생각한다.. 나는 차라리 죽어서도 가난하리라… 라고.. 어쩌면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이 없는
이가..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아닐까.. 싶다..

산다는 건..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 듯.. 고독과 외로움으로… 때로는 기쁨과 환희로 오르락 내리락 통통 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결국 그 끝 닿을 곳까지… 니나 내나 단 한번의 완주로 끝나는 미지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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