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ning Of World

Once upon a time

OO(?) 휴게소…?..

핸드폰 네비가 고속도로를 피해 자동으로 국도로 틀어 안내해 준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출발지에서 목적지에까지 이르는 동안.. 사실 여기가 어디 쯤일까? 라는 지리적 위치 확인은
언젠가부터는 의미를 잃었고.. 그저 출발한 지 얼마나 경과했을까.. 라는 시간적 개념에 따라 왔어야 할 길의 절반 쯤 혹은 3분지 1쯤 왔겠거니.. 가늠하고는 한다.. 당초 네비가 알려준 소요시간에서 내가 달려온 경과시간을 차감하여 남은 거리를.. 남은 시간을.. 그렇게 남은 여정을 가늠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래전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지도를 보고 지도에 위치한 랜드마크와 갈림길을 확인해 가며 늘..항상 현재의 위치를 번지 까지는 몰라도 무슨 리.. 혹은 무슨 동 정도까지는 알고 달렸던 때와는 오늘 날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경유지..소요시간, 교통흐름 등을 정확히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의 존재 때문에
네비의 화면만 잘 응시하면 목적지 까지 한방에 잘 찾아 간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신에 그 옛날 일십만분의 일 축척 지도를 보며 머리 속으로 엄청 짱돌을 굴려 근근히 찾아갈 때에 비해 더더욱 길눈은 까막눈이 되어 간다는 기이한 아이러니가… 현재에는 존재한다… ㅡ,.ㅡ;;
다른 말로… 네비게이션의 GPS가 셧다운 되면.. 눈뜬 장님이 된다..라는 불편한 진실…
예전 설화나 민담에 보면 가끔 사람을 잘못찾아 엉뚱한 사람을 데려가고 데려오고 하시던 우리네 저승사자님들은 옛날에 비해 말도 못하게 복잡해진 오늘날의 주소 지번은.. 어떻게… 잘들 찾아들 가고 오고 하시는지 모르겠다… 네비.. 없으면 졸라 헤매실 것 같은데…

두통 방지를 위해 간간히 미리 마셔 두었던 옥수수 수염차의 영향 탓으로.. 본능이 화장실을 찾고 있었다.. 고속도로 변 OO휴게소를 지나온지.. 한 두 시간여 쯤 되었을까? 아무튼 눈앞에 ‘OO휴게소’라는 안내표지판이 보였다. 음.. 자동차도 쉬어가라는 뜻인가 보다.. 아무튼 ‘그래 ..저기다..’ 속도를 줄이고
휴게소 전방 1km 앞부터 맨 우측차선에 붙어 달렸다. 혹시 이거 그냥 지나치게 되면.. 다음 수순은 노상방뇨… 가 될 것 같아서… ㅡ,.ㅡ ..
주차를 하고 문을 열고 나와서 보니.. OO휴게소가 아니라 OX휴게소.. ㅡ,.ㅡ;; OO이 아닌.. OX 이라는 지명을 딴… 아 글쿤… 트럭휴게소 처럼 그런 건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어쩐지 쫌 이상하더라니..
국도 변 휴게소 인데도 마치 고속도로 변 휴게소 처럼 규모도 크고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진 듯한 휴게소였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와.. 간식꺼리를 찾아보는 내 눈에.. XX알밤..이라는 상호가 눈에 들어왔다.. 맛있는 군밤이라고… 아무래도 이 근처 어디가 공주 지역인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 수로는 3명의 남녀가 군밤의 껍질을 깐 알밤 형태로 테이크아웃 커피잔 크기 만한 종이컵에 소복히 담고 있었고 한 명은 군밤을 커다란 기계로 굽고 있었다…


공교롭게 내 앞에 선 이가 6컵을 주문해 가는 바람에 군밤이 똑 .. 떨어져 10여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1컵에 6천원이었는데 앞사람의 물건을 담는 동안 빠르게 큰 바구니 속 군밤들을 스캔해 본 결과… 품질도 균일해 보이고.. 서비스로 준 몇 개의 군밤을 먹어보니 맛도 좋아서.. 주문 수량을 당초 염두에 두었던 1컵에서 3컵으로 바꿔 주문을 걸었다.. 앞 사람이 왜 6컵이나 사갔는지.. 그 때서야 이해가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군밤을 까던 3인의 남녀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분께서.. 기다리는 동안 먹어 보라며 몇 개의 군밤을 흔쾌히 내어 주셨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좀 떨어진 거리에서 지그시 보고 계시던 또 한 분의 여사님께서 목 메일 수 있다고 시원한 생수와 종이컵을 내오셨다..

그렇게 첫 말문이 트여 말씀을 듣게 된 바… 92세의 여사님과 67세의 둘째 딸.. 둘째 딸의 사위… 그리고 군밤을 굽던 아들.. 이렇게 네 분이서 그 시각에 영업중이셨던 거다..
아들은 우체국 공무원으로 정년을 마친 후 이곳에서 가업을 돕고 있으며… 둘째 딸 내외는 명절이다..
주말이다.. 하기만 하면 이렇듯 친정을 찾아와 일손을 돕고 있다 한다..

올 해 92세의 송씨 성을 가진 여사님.. 91세의 1살 연하 남편과 현재도 해로 하고 계시고.. 8남매를 키워 내셨다 한다.. 말씀을 듣는 와중에 줏어듣게 되는 단서로 더하기 빼기 해보니 아들 셋에 딸 다섯.. 을 키워 내신 분.. 8남매를 모두 훌륭하게 키워낸 바, XX시장.. OO도지사 등으로 부터 효부상, 무슨 상 등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신 .. 우리 전통적 훌륭한 어머니상의 표본이신 분 이더라… 92세면 흔히 생각에 꼬부랑 할머니..가 연상되는데 이분은 아니었다.. 지금도 외양상 70중후반 밖에 안보이는.. 귀가 어둡지도 않고 말씀도 카랑카랑 하시고.. 멋쟁이에… 여튼 대단하셨다..

본인은 18세 때 시집을 오셨다 한다.. 그 때 신랑집이 대단한 부잣집이었는데… 부모들이 정한 혼처로 그냥 신랑 얼굴 한번 못 보고 시집오신거였다 하신다..
“네에? 우와~~ 그런 사연… 옛날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이야기.. 인..데…요?” 조심스레 신기하다고.. 그럴 수도 있느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를 건네자… 진짜라고.. 정말 얼굴 한번 못 보고 어느날 갑자기 시집을 왔다고… 아울러 시댁이 부잣집인 관계로 그 때부터 정말 억수로 일을 많이 하고 살았다고… 아.. 물론 시시때때로.. 그렇게 8남매도 낳고…

조금 떨어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들이 거들었다.. 맞다고 우리 어머니 정말 대단하신 분 맞다고… 옆에 있던 67세 따님은 아버지가 돈이 많다고 했다.. 밤나무가 가득 심어진 야산이 4만평에… 또 그 산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팔아 한달에 들어오는 돈도.. 상당하다고.. 91세 아버지가.. 친손주들에겐 월 수백만원 짜리 고액과외 학원도 척척 보내주셨는데.. 외손주들에겐 그런거 없었다고… 웃으며 말씀은 하시는데.. 느낌에.. 서운함은 있으셨구나.. 내 생각이지만 그렇게 추측은 되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현재까지도 막강한 재력을 손에 쥐고 계시는 91세 아버지 때문에 8남매와 그 사위, 며느리 들은 지금도 한 달에 몇 번은 꼭 찾아뵙고 문안 인사를 드리고 있으며 이렇듯 명절에 찾아와 대궐같은 집에서 며칠 묵으며 일손을 도우면.. 본인들의 집으로 귀가할 때 적잖은 목돈을 용돈이랍시고 손에 쥐어주는 통에.. 그 며느리.. 사위, 아들, 딸들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 꽃이 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은.. 나이들수록 돈이 있어야 좋은 것 같아요.. 라고… 젊어도 돈이 있으면 좋죠.. 했더니.. 그렇기는 한데 나이들어 돈이 있는게 더 좋은 거라고.. ㅡ,.ㅡ 친손주, 외손주.. 20여 명의 대학생, 직장인 단체 구성원들은 지금도 군말없이 아버지 어머지를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뵙는다고… 안오면 손해니까.. 명절에는 더욱이 큰 손해..니…까….

군밤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10분 동안.. 남의 집 종가집 며느리의 일대기를 들었다… ㅡ,.ㅡ 8남매를 훌륭히 키워낸 이야기에 덧붙여 4명의 손주들을 딸 대신 키워 준 이야기까지… 내가 주문한 3컵의 군밤을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군밤을 까시면서.. 어르신은 또.. 뜨거울 때 먹으면 더 맛있다며 한 웅큼의 알밤을 집어 주셨다… “아니.. 이거 파시는건데.. 죄송시럽게…. ” “아녀 아녀~ 우린 밤 많아유.. 괜찮혀.. 그런 소리 말고 많이 드셔.. 여기도 자~ 더 드릴께~” 그렇게.. 구입한게 3컵.. 억지로 손에 쥐어 주시는 바람에 얻어 먹은 것이 2컵 정도… 물건의 갯수가 채워지자.. 그 짧은 시간에 꼭.. 한편의 대하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특히 어르신께는 건강하시라고 각별히 예를 갖춰 인사를 드리고 서둘러 나왔다.. 또 한 주먹 쥐어주실까봐… ㅡ,.ㅡ;;

올라오는 길.. 좀 전의 군밤집에서의 일화 때문에 몇가지 생각들이 불쑥 불쑥 떠올랐다.. 사그러들고..
떠올랐다.. 사그러 들고…를 반복했다..
오늘은 어떤 인연이 이렇게 되어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을까?… 나이 먹으면… 돈이 효도하게 한다는 세상의 진리를 왜.. 다시금 이렇게 생생하게 체험하는 오늘이 되었을까?…
92세 여사님..그리고 91세 어르신의 오늘이 있기까지.. 순간적으로 생각난건 오늘의 영광..?.금전적 풍요로움..?..뿐 만은 아니었다.. 필시 그러한 효부상 등을 여러차레 받을 정도면.. 모르긴 몰라도 저 어르신은 본인의 인생은 하나 없이 오로지 온전히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또 희생하는 삶을 살아오셨음이 분명하였으리라.. 추측도 되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소위 현모양처..의 전형이셨을 분… 그렇게 칭송 받고 떠받듬을 받는 오늘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과연… 그게 맞나?.. 그래도 되었던걸까?..
말씀 중에 한번 가볍게 여쭙고 싶었던 질문.. 근데 어르신.. 그런거 말고.. 그냥 어르신께서 원하는.. 하고싶은.. 자유롭고 편하게 살아보고 싶은.. 그런 마음은 없으셨느냐고….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만이… 내 마음속으로만 맴돌았고..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순간 순간 느껴지던 여사님의 공허한 눈빛이..
눈 앞에 다시 떠오르곤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오늘의 풍요는 그녀의 희생이었다.. 그래도 될까?.. 아니 아니되었어야 맞았던게 아닐까?.. 한번 사는 세상인데?… 아닌가?.. 그 분이 스스로 만족해 하시니 그걸로 족한걸까?…

어둑해진 하늘가..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달리는 내 가슴속에..나도 모르게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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